남자들은 자신들이 섹스를 아주 잘하며 여자들을 매우 만족시킨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. 나의 첫 섹스 상대는 속궁합으로 치면 워스트 중 워스트였다. 1년 동안 일주일에 한두 번씩 섹스를 하면서 오르가슴을 느낀 게 단 한 번뿐이었다. 그런데 나 역시 그와 만나면서 '시시때때로 하자고 조르고' '새롭고 낯설 걸 자꾸 시도'했다. 그가 섹스를 잘해서가 아니라 정말 간절하게 오르가슴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. 이렇게 해보면 될까, 저렇게 해보면 될까, 이 느낌이 오르가슴일까, 이것보다 더 좋은 뭔가가 정말 있겠지?
물론 섹스라는 게 오르가슴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며,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교감인 것도 사실이다. 살 부대끼는 즐거움, 애무해줄 때 느끼는 부드러운 쾌감이나 나 덕분에 만족스러워하는 남자를 볼 때 느끼는 왠지 모를 흐뭇함 같은 것들이 섹스의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.
그러나 여자들의 예의 바르고 배려 깊은 리액션들을 모두 '자신의 뛰어난 섹스 능력'으로 받아들이는 남자들의 단순함에 대해서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.
결국 나의 첫 섹스 상대와의 연애는 그의 여러 명에 걸친 문어발식 섹스생활이 들키면서 끝이 났다. 바람둥이의 말로야 항상 그렇겠지만 그의 경우는 좀 망신스러웠다. 같은 과 내에 "아무개, 진짜 섹스 못한다면서? 같이 잤던 여자들마다 코웃음을 치더라" 소문이 파다해진 것이다.
여자들의 연기력은 무척 뛰어나다. 그걸 일일이 알아차려달라는 부탁은 차마 못하겠다. 다만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섹스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에게, 제발…… 자제를 부탁할 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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